전문가가 설계한 공원은 동선도 반듯하고 수종 구성도 교과서적이었다. 그런데 준공 1년 뒤 이용률 조사에서 나온 숫자는 기대에 못 미쳤다. 주민들은 그 공원이 '내 동네 공원'이라기보다 '어디선가 본 듯한 공원'이라고 답했다. 설계는 옳았지만, 그 과정에 주민이 없었다.
공공 공원 조성 사업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현상 중 하나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이 계획에 참여한 공원이 완공 후 이용률과 만족도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예산과 일정에 쫓기는 실무에서는 주민 참여 절차가 가장 먼저 생략되는 항목이 되기 쉽다.
참여가 만드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애착이다
도시계획과 조경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장소애착이라는 개념을 다뤄 왔다. 사람들은 자신이 만드는 과정에 관여한 공간에 더 강한 소속감을 느끼고, 그 공간을 더 자주 찾고 더 아낀다는 것이다. 시민참여형 공원 조성은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이 과정 자체가 만들어 내는 애착과 지속적인 이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설계 발주와 다르다. 주민이 벤치 위치 하나를 함께 정했다는 경험은, 그 벤치를 실제로 앉아보게 만드는 힘이 된다.
예산 담당자가 걱정하는 것
주민참여 절차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의견이 갈리면 합의에 이르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예산 담당자들의 흔한 우려다. 이 우려는 근거가 없지 않다. 다만 이 위험은 절차를 설계 단계에서부터 구조화하면 상당 부분 관리할 수 있다. 워크숍 회차와 의사결정 방식을 미리 정해 두고, 최종 결정권은 전문가와 행정이 갖되 주민 의견을 각 단계에 반영하는 구조를 짜면, 무한정 늘어지는 합의 과정 없이도 참여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안서에 담아야 할 것들
참여 단계와 방식을 구체화했는가. 설문, 워크숍, 현장 답사 등 어떤 방식으로 몇 차례 참여를 받을지 명시해야 일정 관리가 가능해진다.
최종 의사결정 구조를 명확히 했는가. 주민 의견을 반영하되 최종 결정은 누가 하는지 정해 둬야 합의 지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선행 사례의 이용률·만족도 데이터를 제시했는가. 다른 지자체의 시민참여형 공원 사례와 그 성과를 근거로 제시하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유지관리 단계에도 주민 참여를 연결했는가. 조성 이후 화단 관리나 프로그램 운영에 주민 그룹을 연계하면 장기적인 애착과 관리 부담 분산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일정과 예산에 참여 비용을 반영했는가. 워크숍 운영비, 퍼실리테이터 인건비 등 참여 절차 자체의 비용을 별도로 계상해야 한다.
제안서 템플릿이 필요했던 이유
이 구조를 매번 새로 설계하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이 글의 부속 자료로 시민참여형 공원 조성 사업을 상급 기관이나 예산 부서에 제안할 때 바로 활용할 수 있는 PPT 템플릿을 준비했다.
데이터로 보는 핵심 정보
- 장소애착 효과 — 조성 과정에 참여한 주민일수록 완공 후 해당 공간에 대한 소속감과 이용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
- 이용률·만족도 — 시민참여형으로 조성된 공원이 일반 발주형 공원보다 이용률·만족도에서 긍정적 결과를 보인다는 사례가 다수 보고됨
- 참여 절차의 위험 관리 — 워크숍 회차·의사결정 구조를 사전에 설계하면 합의 지연 위험을 상당 부분 관리 가능
- 유지관리 연계 — 조성 후 관리에 주민 그룹을 연계하면 관리 부담 분산과 지속적 애착 형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음
이 기사와 함께 제공되는 실무 자료
- ① 시민참여형 공원 조성 제안서 PPT 템플릿 — 필요성, 참여 단계 설계, 선행 사례, 예산안 슬라이드 포함.
가장 잘 설계된 공원은 가장 정교한 도면이 아니라, 그 도면을 그리는 자리에 주민이 함께 있었던 공원이다.
참고 자료 (에디터 노트)
- 장소애착(place attachment) 및 시민참여형 공공공간 조성의 이용률·만족도 관련 도시계획·조경 연구 일반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