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 늦어진 어느 화요일, 마당의 잔디는 발목 높이까지 자라 있었다. 지난 주말에도 깎지 못했고, 그 전 주말에는 비가 왔다. 정원을 갖는다는 것은 한때 여유의 상징이었지만, 그 여유를 채워 넣을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 정원은 어느새 처리하지 못한 숙제 목록의 맨 위

퇴근이 늦어진 어느 화요일, 마당의 잔디는 발목 높이까지 자라 있었다. 지난 주말에도 깎지 못했고, 그 전 주말에는 비가 왔다. 정원을 갖는다는 것은 한때 여유의 상징이었지만, 그 여유를 채워 넣을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 정원은 어느새 처리하지 못한 숙제 목록의 맨 위 칸이 된다.
통계청 인구총조사 기준으로 1인 가구는 이미 전체 가구 유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65세 이상 인구 비율도 매년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마당이 있는 집을 갖는 사람의 구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넓은 마당을 매일 손볼 여러 식구 대신, 혼자 혹은 둘이서 나머지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 사람이 그 자리를 채운다.
정원을 설계할 때 흔히 묻는 질문은 면적과 예산, 그리고 어떤 분위기를 원하는가이다. 관리에 들어가는 시간은 대개 나중 문제로 미뤄진다. 식재를 마치고 첫 계절이 지나야 비로소 드러나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순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이번 계산기를 만들며 얻은 결론이다. 면적을 정하기 전에, 한 달에 정원에 쓸 수 있는 시간을 먼저 정해야 한다.
시간은 예산과 마찬가지로 유한하다. 다만 예산은 계약서에 숫자로 적히지만, 시간은 계약서 어디에도 적히지 않는다. 그래서 초과되는 줄도 모르고 초과된다. 잡초를 뽑다 지쳐 정원 전체를 방치하게 되는 계절이 오는 이유는 대개 식물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애초에 감당할 수 없는 관리시간을 요구하는 조합을 심었기 때문이다.
같은 면적이라도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요구하는 손길의 양은 몇 배씩 차이가 난다. 이 차이를 만드는 요인은 대체로 넷으로 좁혀진다. 물을 얼마나 자주 주어야 하는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자주 잘라주어야 하는가. 병해충에 얼마나 취약한가. 그리고 낙엽이나 씨앗, 웃자란 줄기를 얼마나 자주 정리해야 하는가.
잔디는 이 넷 중 전정에 해당하는 항목, 즉 예초의 빈도가 유난히 높은 식재다. 생장기에는 일주일 간격으로 깎아야 형태가 유지되는데, 그 한 번의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이 좁은 마당에서도 결코 짧지 않다. 반면 세덤류나 맥문동, 눈향나무처럼 낮게 퍼지며 자라는 지피식물은 일단 뿌리를 내리고 나면 물도 손질도 잔디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어든다. 자생 다년초 역시 이 땅의 강수량과 병해충에 이미 적응해 있어, 수입 원예종보다 손이 덜 간다.
내건성이 있는가. 일주일에 두세 번씩 물을 주어야 살아남는 식물은 그 자체로 노동을 예약해 둔 것과 같다. 세덤, 라벤더, 수크령 같은 종은 가뭄에도 버티는 뿌리 구조를 갖고 있다.
형태 유지를 위한 전정이 필요 없는가. 회양목처럼 인위적인 모양을 유지해야 하는 관목은 봄가을 두 차례 이상 손이 들어가야 한다. 자연스러운 수형 그대로 두어도 무너지지 않는 종을 고르면 이 항목이 통째로 빠진다.
이 땅의 병해충에 이미 적응했는가. 장미처럼 병해충에 예민한 종은 정기적인 방제 없이는 반년을 버티기 어렵다. 자생종이나 오래 재배되어 검증된 원예종은 별도의 방제 없이도 큰 문제 없이 지나가는 해가 많다.
낙엽이나 씨앗을 많이 남기지 않는가. 가을마다 대량의 낙엽을 쏟아내는 낙엽활엽수는 그 계절 한 달의 관리시간을 통째로 잡아먹는다. 상록 지피식물이나 그라스류는 이 부담이 훨씬 적다.
생장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지 않은가. 빠르게 자라는 종은 그만큼 자주 손을 대야 형태가 유지된다. 완만하게 자라는 다년초와 관목은 계절이 바뀌어도 큰 변화 없이 그 모습을 지킨다.
이 다섯 가지 기준을 안다고 해서 곧바로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마당은 대개 한 가지 식물로만 채워지지 않고, 여러 수종이 섞인 조합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세덤 지피 60퍼센트에 눈향나무 관목 20퍼센트, 라벤더 화단 20퍼센트를 섞었을 때 한 달에 실제로 몇 분이 드는지는 머릿속 계산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면적과 수종 구성비를 입력하면 예상 월간 관리시간을 자동으로 합산해 주는 계산기를 이 글의 부속 자료로 함께 준비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정원 전체 면적과 한 달에 쓸 수 있는 관리시간을 먼저 정한다. 이어서 제시된 네 가지 정원 유형, 즉 초저관리형·균형형·화사한저관리형·사용자정의 가운데 하나를 고르거나 원하는 수종 구성비를 직접 입력한다. 계산기는 각 수종의 단위면적당 월간 관리시간을 카탈로그에서 불러와 곱하고 더해, 이 조합이 처음 정한 시간 예산 안에 들어오는지를 즉시 알려준다.
표의 수치는 매거진 그린이 조경 시공·관리 현장의 표준 작업시간 기준을 참고해 항목별(관수·전정·병해충 방제·낙엽 및 부산물 정리)로 산정한 편집부 자체 지표다. 실제 관리시간은 토양, 배수, 일조량, 개체의 생육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원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정원이 요구하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그 계산은 흙에 손을 대기 전, 종이 위에서 먼저 끝나야 한다. 한 달에 두 시간이면 충분한 정원은, 두 시간만 들이고 나머지는 그저 바라보는 정원이기도 하다.
참고 자료 (에디터 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