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꾼 마당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나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임대 정원을 분쟁 없이 가꾸고 떠나는 법을 다룹니다.

2년 동안 공들여 가꾼 마당이었다. 잡초만 무성하던 자리에 잔디를 새로 깔고, 화단을 만들고, 작은 나무 몇 그루를 심었다. 이사를 나가는 날, 집주인은 이 마당을 두고 딱 한 문장을 말했다. 원래대로 돌려놓고 나가라는 것이었다. 정성을 들인 시간은 계약서 어디에도 값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
전원주택이나 마당 있는 단독주택을 세놓는 임대차 계약에서, 정원은 계약서상 가장 모호한 영역에 속한다. 방과 화장실의 상태는 사진 몇 장으로 분쟁을 가릴 수 있지만, 흙에 무엇을 심고 무엇을 바꿨는지는 그렇게 간단히 정리되지 않는다.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임차인은 원상회복 의무를 진다는 것이 민법의 기본 원칙이다. 다만 이 의무의 범위를 둘러싼 법리는 생각보다 정교하다. 임차인이 통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손모, 이른바 통상손모는 원칙적으로 임차인의 원상회복 의무 범위에서 제외된다는 것이 법원의 오래된 경향이다. 반면 임차인이 임의로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거나 원래 없던 것을 만들어 낸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화단을 새로 조성하거나 데크를 새로 짜 넣는 일은 통상적인 사용에 따른 손모가 아니라 임차인의 적극적인 변경 행위로 취급되기 쉽고, 이 경우 원칙적으로 임차인에게 그것을 원래 상태로 되돌릴 의무가 돌아간다.
문제는 정원이라는 공간이 이 두 범주 사이 어디쯤에 애매하게 걸쳐 있다는 점이다. 잡초가 무성했던 방치된 땅을 손질해 잔디를 깐 것은 훼손인가 개선인가. 계약서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미리 적혀 있지 않다면, 그 답은 이사 나가는 날 즉흥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임차인이 건물의 편익을 위해 부속시킨 물건에 대해서는 임대인에게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부속물매수청구권이라는 제도가 민법에 있다. 그러나 이 권리는 건물 자체와 일체를 이루며 객관적인 편익을 더하는 시설에 좁게 적용되는 경향이 있고, 마당에 심은 나무나 조성한 화단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인정받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정성을 들인 정원이라도, 계약서에 별도의 약속을 남겨두지 않는 한 법적으로는 임차인이 걷어내야 할 부속물에 가깝게 취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소송에서 이기는 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애초에 다툴 지점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부동산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조언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정원에 손을 대기 전에 임대인의 서면 동의를 받아 두고, 계약서에 특약 조항으로 그 내용을 명시해 두라는 것이다. 무엇을 심을 것인지, 이사 나갈 때 그대로 두고 갈지 원상복구할지, 만약 그대로 두고 간다면 그 가치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미리 문장으로 남겨두면, 이사 당일의 감정적인 실랑이는 대부분 사라진다.
입주 시점과 퇴거 시점의 정원 상태를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통상손모와 임차인의 변경 행위를 구분하는 다툼은 결국 무엇이 원래 있었고 무엇이 새로 생겼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다툼으로 흐르기 쉽다. 날짜가 찍힌 사진 몇 장이, 나중의 긴 실랑이보다 훨씬 힘이 세다.
무엇을 심을지 서면으로 알렸는가. 구두 동의는 나중에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말 한마디로 뒤집힐 수 있다. 문자나 이메일로 남기는 것만으로도 증거력이 크게 달라진다.
퇴거 시 처리 방식을 미리 정했는가. 그대로 두고 갈지, 원상복구할지, 혹은 임대인이 일부 비용을 정산해 줄지를 계약 초기에 정해 두면 이사 당일의 다툼을 막을 수 있다.
입주 시점의 정원 상태를 기록했는가. 잡초와 방치 상태였다는 사실도 사진으로 남겨야, 나중에 '누가 훼손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고정 시설과 식물을 구분해 협의했는가. 데크나 펜스처럼 철거가 명확한 시설과, 시간이 지나 뿌리내린 나무는 원상복구의 난이도와 비용이 전혀 다르다.
원상복구 비용의 대략적인 규모를 가늠해 두었는가. 협의 없이 심은 정원이라면, 퇴거 시 예상되는 철거·복구 비용을 미리 알아 둬야 협상에서 불리해지지 않는다.
이 글의 부속 자료로 임대 정원에 흔히 쓰이는 시설·식재 요소를 원상복구 난이도와 예상 비용 구간으로 정리한 체크리스트와, 입주 시점과 퇴거 시점의 정원 상태를 항목별로 비교 기록할 수 있는 표를 함께 준비했다. 협의를 시작하기 전 이 표로 무엇을 심을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걷어낼지 먼저 정리해 두면, 그 내용을 그대로 특약 조항의 초안으로 쓸 수 있다.
마당에 심은 것은 나무이지만, 지키는 것은 관계다. 손에 흙을 묻히기 전에 종이에 몇 줄을 먼저 남겨두는 사람이, 결국 그 마당을 웃으며 떠난다.
참고 자료 (에디터 노트)
본문에서 다룬 내용을 바로 써 볼 수 있도록 정리한 파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