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2026년 6월 유전자 편집 식물을 허용했다. 2028년부터 병에 강한 장미가 빨리 나오지만 특허와 대기업 집중이 따른다. 한국 육종과 정원에 미칠 영향을 짚는다.
2026년 6월 17일, 유럽의회가 유전자 편집 식물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2028년 7월부터 적용됩니다. 밀과 감자를 위한 법이지만 꽃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몇 년 뒤 화원의 장미가 달라집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병에 안 걸리는 장미가 빨리 나옵니다. 지금은 흑반병에 강한 품종 하나를 만드는 데 8년에서 10년이 걸립니다. 교배하고, 심고, 병에 강한 것을 골라 다시 교배하는 일을 해마다 되풀이해야 하니까요. 유전자 편집은 병에 약한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아 그 자리만 고칩니다. 되풀이가 줄고, 시간이 줍니다. 법이 통과되자 스페인 청과 단체는 곧바로 "꽃과 관상식물에도 새 기회"라고 했고, 유럽 화훼 종묘 회사들도 환영했습니다.
그런데 그 장미에는 특허가 붙을 수 있습니다. 여기가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꽃 품종은 품종보호권으로 지켜졌습니다. 이 제도는 남의 품종을 그대로 파는 건 막지만, 교배 재료로 써서 새 품종을 만드는 건 허용합니다. 요리로 치면, 남의 요리를 베껴 팔면 안 되지만 맛보고 새 요리를 만드는 건 된다는 규칙입니다. 유럽의 작은 가족 육종 회사들은 이 규칙 덕분에 대기업 장미를 재료 삼아 자기 장미를 만들어 왔습니다.
특허는 요리가 아니라 칼에 붙습니다. "이 유전자를 이렇게 고치는 방법"과 "그렇게 고쳐진 유전자"에 권리가 걸립니다. 네덜란드나 독일처럼 특허 식물로 교배 실험까지는 허용하는 나라도 있지만, 그 유전자가 들어간 새 품종을 팔려면 어느 나라든 특허권자 허락이 필요합니다. 맛보는 건 되지만 그 맛으로 장사는 못 하는 셈입니다.
그러면 꽃을 만드는 회사가 줄어듭니다. 유전자 편집은 혼자 쓰이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느 유전자를 고쳐야 병에 강해지는지는 수십만 개 유전자 표지(마커) 가운데서 찾아내야 하는데, 이 일은 AI가 합니다. 수천 개체의 유전체와 사진을 학습시켜 "이 개체를 심으면 이런 꽃이 핀다"를 미리 계산하는 겁니다. 그러니 유전자 편집 품종을 만들려면 유전자 가위만 있어서는 안 되고, AI가 학습할 데이터와 그걸 돌릴 설비가 있어야 합니다. 가족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건 이 부분입니다. 법 통과 한 달 전인 5월, 세계 관상식물 종묘 업계에서 손꼽히는 뒤멘 오렌지(Dümmen Orange)와 신젠타 플라워스(Syngenta Flowers)가 합작회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육종과 생산에 규모가 필요하다"였습니다. 그 규모가 바로 이것입니다. 새 품종은 대기업에서 나오고, 작은 회사는 그 특허 품종으로 장사를 못 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법 자체는 단순합니다.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집어넣은 식물은 지금처럼 GMO로 규제하고, 원래 있던 유전자를 몇 군데 고친 식물은 일반 품종개량과 같이 본다는 겁니다. 남의 책 문장을 붙여 넣는 것과 내 책 오타를 고치는 것을 구별하겠다는 거지요. 유럽은 25년간 이 둘을 구별하지 않았고, 그 사이 미국과 일본의 육종가들은 이 기술을 써왔습니다. 여기까지는 다들 동의했습니다.
싸움은 특허에서 났습니다. 2024년 2월 유럽의회는 유전자 편집 식물에 특허를 금지하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2025년 3월 회원국 정부 대표들로 구성된 EU 이사회가 그 조항을 뺐습니다. 특허가 없으면 기업이 연구비를 안 쓴다는 논리였습니다. 그해 12월 타협안에서 특허 금지는 사라지고, 특허가 있으면 공개 명부에 신고하고, 전문가 그룹이 살펴보고, 법 발효 1년 뒤인 2027년에 특허의 영향을 조사해 문제가 있으면 법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특허를 막지는 않되 누가 쥐고 있는지 공개하고 나중에 다시 보겠다는 겁니다. 전통 육종가 쪽은 자기들을 지킬 실질적 조항이 없다고 반발했고, 환경단체는 대기업에 주는 선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과는 무슨 상관일까요.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절화 장미의 약 70퍼센트는 외국 품종이고, 주로 유럽 회사 것입니다. 우리 육종가들도 유럽 품종을 교배 재료로 씁니다. 유럽 회사가 그 유전자 특허를 한국에도 출원하면, 한국 육종가는 그 재료로 만든 품종을 팔 때 허락을 받고 돈을 내야 합니다. 2007년 75억 원에서 2021년 20억 원까지 줄인 해외 로열티가 다시 늘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유전자 편집 식물을 유전자변형생물체법(LMO법)으로, 즉 GMO와 같은 틀에서 규제합니다. 유럽이 문을 연 뒤에도 우리 법이 그대로면, 유럽 품종은 특허로 막히고 국산 편집 품종은 규제로 막히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정원 가꾸는 사람에게 남는 결론은 이겁니다. 몇 년 안에 병에 강하고 손이 덜 가는 장미가 화원에 나옵니다. 그 장미는 몇몇 회사의 특허 품종일 가능성이 높고, 값은 비쌀 수 있습니다. 여러 작은 육종가의 품종 가운데 고르는 재미는 줄어듭니다. 꽃은 좋아지는데 꽃밭은 좁아지는 겁니다.
지켜볼 날짜는 셋입니다. 2027년 유럽연합의 특허 영향 조사 결과가 나옵니다. 2027년까지 농촌진흥청이 디지털 육종 플랫폼을 민간에 엽니다. 2028년 7월 유럽에서 유전자 편집 꽃 등록이 시작됩니다. 기술은 열렸고, 그 꽃이 누구 것이 될지는 이 세 날짜 사이에 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