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는 잠복소는 이제 두르지 않는다. 새로 심은 나무는 수간감기를 한다. 대상·감는 높이·푸는 날까지, 흔히 거꾸로 아는 다섯 가지를 바로잡았다.

이 기사는 가정집 마당 수목의 겨울철 수간감기(수간보호) 대상·방법·해제 시기를 설명하는 참고 자료입니다. 수종·나무 상태·지역 기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굵은 나무나 이미 수피가 터진 나무는 반드시 나무의사나 수목 관리업체와 확인하세요.
편집자의 정원 노트 — 입동을 열하루 앞둔 요즘, 나무 밑동에 짚이나 마대를 두른 모습이 하나둘 눈에 띈다.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 마당 나무도 감아야 하느냐는 질문이 같이 온다. 오늘은 무엇을 감고 무엇을 건너뛸지, 그리고 언제 풀지를 짚는다.
겨울 나무에 뭔가를 감는 일은 다들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가장 자주 보는 실수는 모르는 데서가 아니라, 거꾸로 알고 있는 데서 나온다.
하필 입동 전에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다. 수간감기(녹화마대로 수간, 즉 나무줄기를 감싸는 작업)는 한낮 햇볕과 밤 추위가 크게 엇갈리기 시작하기 전에 끝내야 한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익스텐션도 10월 말에서 11월 초를 감는 시기로 잡는다. 입동 전후에 끝내 두면 한겨울 일교차가 벌어지기 전에 맞출 수 있다. 그 전에, 해마다 반복되는 오해 다섯 가지부터 바로잡는다.
흔한 생각 — 나무에 짚을 둘러 두면 겨울잠 자러 온 해충이 잡힌다
현장에서는 — 잠복소는 해충보다 천적을 더 많이 잡는다
벌레를 모으려고 줄기에 두르는 짚 띠를 잠복소라고 한다. 미국흰불나방 같은 해충이 나무 틈에서 겨울을 나는 습성을 이용해, 가을에 짚을 둘러 벌레를 모은 뒤 봄에 걷어 태우는 방식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20년 11월 이 방식이 해충 제거에 실효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잠복소를 풀어 보면 솔나방·미국흰불나방 같은 해충도 나오지만, 그 해충을 잡아먹는 거미류 같은 천적이 더 많이 나왔다. 봄에 태우면 천적까지 함께 없어져 오히려 해충이 더 늘 수 있고, 짚을 태우다 산불이 날 위험도 있다. 산림청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설치를 지양하라고 권고한다. 벌레 잡겠다고 짚을 두르는 일은 이제 건너뛴다.
흔한 생각 — 나무를 감싸는 건 겨울 추위를 막기 위해서다
현장에서는 — 막아야 하는 건 추위보다 햇볕이다
맑은 겨울날 오후, 해가 남서쪽에서 낮게 비추면 줄기 남서쪽 면 수피가 한낮에 데워진다. 해가 지면 그 자리가 순식간에 식으면서 수피 아래 조직이 상한다. 미국 미주리대 익스텐션도 이 동해가 줄기 남서쪽 면에 몰린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국가건설기준 KDS 34 40 10(수목식재)은 수간감기의 목적을 얇은 수피를 '여름 일사와 겨울 동해'로부터 지키는 것으로 정한다. 겨울만 대비하는 작업이 아니라, 강한 햇볕에 수피가 데는 것을 막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지난겨울 피해를 입었는지는 손으로 확인한다. 남서쪽 면 수피를 엄지로 눌렀을 때 푹 꺼지듯 들떴거나, 세로로 갈라진 틈 사이로 갈색으로 마른 속껍질이 보였다면 이미 당한 나무다.
흔한 생각 — 오래되고 귀한 큰 나무부터 감싸 줘야 한다
현장에서는 — 감는 대상은 오히려 가늘고 작은 나무다
KDS는 수간감기 대상을 근원직경 10cm 이하이거나 나무높이 3m 이하인 교목으로 잡는다. 줄기가 굵어 수피가 거칠게 갈라진 나이 든 나무는 두꺼운 수피가 이미 단열재 노릇을 하니 건너뛴다. 근원직경은 줄자로 밑동 둘레를 재면 금방 나온다. 둘레가 31cm 남짓이면 근원직경이 10cm다. 이보다 가늘면 감는 쪽이다. 단풍나무, 벚나무, 사과나무 같은 과수류처럼 수피가 얇고 매끈한 나무, 옮겨 심은 지 얼마 안 돼 뿌리가 덜 자리 잡은 나무가 가장 잘 당한다. KDS는 조경공사 업체가 따르는 시공 기준이라 집주인에게 의무는 아니지만, 우리 마당 나무를 가늠하는 잣대로는 이만한 게 없다.
흔한 생각 — 비닐이나 에어캡으로 두껍게 싸고 철사로 단단히 묶는다
현장에서는 — 숨이 통하는 재료로, 겹쳐서, 느슨하게 감는다
비닐이나 에어캡(뽁뽁이)은 숨이 통하지 않아 안쪽에 물기가 맺힌다. 그 물기가 밤마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오히려 수피를 상하게 한다. KDS가 재료로 드는 것도 새끼, 황마 테이프, 마직포처럼 숨이 통하는 것들이다. 마당에서는 마직포인 녹화마대가 가장 손이 덜 간다. 감는 높이는 KDS 기준으로 나무높이의 60% 정도다. 3m짜리 나무라면 밑동에서 1.8m까지 올라간다. 아래에서 위로 감아 올라가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목이식 시공기준대로 녹화마대를 10cm씩 겹친다. 손바닥 폭만큼 겹친다고 보면 된다. 그래야 빗물이 기와처럼 흘러내려 안으로 스미지 않는다. 고정은 녹화끈으로 한다. 철사로 조여 두면 봄에 줄기가 굵어질 때 그대로 살을 파고든다.
흔한 생각 — 감아 두면 알아서 삭아 없어지니 그냥 둬도 된다
현장에서는 — 푸는 날이 감는 날보다 중요하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는 이듬해 4월, 캔자스주립대 계열 자료는 3월에 걷으라고 한다. 늦서리가 지나고 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기 전,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 사이로 잡으면 두 기준을 모두 맞춘다. 감아 둔 채 여름을 넘기면 줄기가 굵어지는 걸 막고, 마대 안쪽은 벌레와 병원균이 숨어 지내기 좋은 자리가 된다. 나무를 지키려고 감은 마대가, 결국 1번에서 버린 잠복소 노릇을 하게 되는 셈이다. 걷어냈을 때 수피가 터진 자리가 보여도 도포제나 페인트는 바르지 않는다. 그대로 두고 나무가 스스로 아물게 한다.
길에서 짚을 감은 나무를 봤다고 모두 잠복소는 아니다. 서울신문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칼럼이 소개하듯, 배롱나무처럼 추위에 약한 나무는 볏짚으로 줄기를 싸서 월동시키기도 한다. 재료는 잠복소와 같은 짚이지만 목적은 수간감기와 같은 보온이다. 그래서 재료가 아니라 범위로 구별한다. 줄기를 아래에서 위로 넓게 덮었으면 보온용이고, 줄기 한 구간에만 띠처럼 둘렀으면 벌레를 모으는 잠복소다. 배롱나무처럼 중부지방에서 월동이 아슬아슬한 수종은 수간만 감아서는 부족할 수 있으니, 지역 조경업체의 판단을 한 번 받아 보는 편이 낫다.
마당 나무마다 줄자로 밑동 둘레를 잰다. 둘레가 31cm 남짓보다 가늘거나 나무높이가 3m 이하면 수간감기 대상이다. 규격 밖이라도 수피가 얇은 나무는 남서쪽 면을 엄지로 눌러 지난겨울 피해 흔적을 본다. 감기로 정했으면 입동 전후로 녹화마대와 녹화끈을 준비해 나무높이의 60%까지, 10cm씩 겹쳐 감는다. 잠복소는 두르지 않는다. 감은 날을 달력에 적고, 이듬해 3월 중순에 푸는 날을 함께 표시해 둔다. 수피가 이미 넓게 터지거나 들뜬 나무는 감기 전에 나무의사나 수목 관리업체에 먼저 보인다.
참고 자료 (에디터 노트)
이 기사와 부속 계산표는 전문가 감수 전 참고용 자료이며, 실제 수간감기 여부와 시기는 수종·나무 상태·지역 기후에 따라 달라지므로 나무의사나 수목 관리업체와 다시 확인한 뒤 실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본문에서 다룬 내용을 바로 써 볼 수 있도록 정리한 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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