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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잘하는 나무는 없다

RHS·큐가든·호주 연구와 서울시 가로수 정책으로 본, 기후변화 시대 정원수 선택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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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그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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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가 바뀌면서 "기후에 강한 나무"를 찾는 연구가 세계 곳곳에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결론은 뜻밖에 단순하다. '모든 걸 잘하는 나무는 없다'였다.

영국왕립원예협회(RHS)는 묘목업체 프랭크 P. 매튜스와 함께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위슬리 정원에서 정원수 19개 품종을 심고 비교했다. 품종마다 여섯 그루씩 심어 냉각 효과, 빗물 저장력, 탄소 흡수량을 쟀다. 연구 결과는 2025년 학술지 Frontiers in Environmental Science에 실렸고, 2026년 10월 다시 보도를 탔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정원수 19개 품종 전부 한 가지씩 특별한 기능을 갖고 있었다. 벚꽃나무 '후겐조'는 무더위 속에서도 수분을 계속 증발시켜 주변을 가장 많이 식혔다. 이탈리아 사이프러스 '가르다'는 촘촘한 잎으로 빗물을 가장 많이 붙잡았다. 배나무 '샹트클레어'는 탄소 흡수 효율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냉각, 빗물저장, 탄소 흡수, 이 세 가지 기능에 특별한 기능을 보여준 수종은 없었다고 전한다.

RHS는 영국 남동부처럼 앞으로 여름 가뭄이 심해질 지역이라면 너도밤나무보다 참나무나 물푸레나무를 심는 편이 낫다고 짚었다.

같은 시기 런던 큐 가든은 '카본 가든'이라는 실험 정원을 열었다. 2050년 영국이 지중해성 기후에 가까워진다는 가정 아래, 지중해·남아프리카·캘리포니아 원산 나무와 더위에 강한 자생종 35종 6,500여 그루를 함께 심었다. 연구에 그치지 않고 미래 기후를 실제 정원 설계에 직접 끌어들인 사례다.

호주 연구는 반대 방향에서 접근했다. 2025년 6월 Global Change Biology에 실린 논문은 이미 심어진 가로수가 실제로 가뭄을 얼마나 버텼는지 나이테로 거슬러 올라가 확인했다. 애들레이드·멜버른·시드니 등 7개 도시 570여 그루를 조사한 결과, 자카란다와 런던플라타너스는 예상을 뛰어넘는 내성을 보였고, 허니로커스트와 블랙로커스트는 예상보다 약했다.

갈라진 땅 위에서 말라가는 나무
가뭄으로 말라가는 나무. 사진=Adobe Stock

이 연구는 "더위에 강하다고 알려진 나무"와 "실제로 버틴 나무"가 다를 수 있다는 걸 데이터로 보여줬다. 경험과 통념만으로 수종을 고르면 이 차이를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에서도 이와 비슷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 연구기관이 이끄는 'My Garden Of Trees' 프로젝트는 너도밤나무와 전나무를 유럽 300여 곳에 심어, 같은 수종이라도 씨앗을 어디서 가져왔는지에 따라 기후 적응력이 갈리는지 비교한다. 영국도 2023년부터 여기에 합류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어떤 수종이 좋은가"보다 "기존 가로수를 왜 줄이거나 바꾸는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2025년 설명자료에서 2023년 한 해 가로수가 1,189주 순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1인당 도시숲 면적은 오히려 늘었다고 덧붙였다. 2026년에는 또 다른 자료를 통해, 양버즘나무가 35% 넘게 준 건 폭염 때문이 아니라 안전 진단에 따른 위험목 정비 결과라고 밝혔다. 그런데 같은 자료가 양버즘나무를 그늘이 넓어 폭염 대응에 효과적인 수종으로도 꼽았다. 안전 기준으로는 베어낼 나무가 기후 기준으로는 남겨야 할 나무였던 셈이다.

이 무렵 서울환경연합은 수종교체 사업으로 베어진 은행나무가 최소 792그루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중 근거가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다고도 짚었다. 서울시 가로수의 약 35%를 차지하는 은행나무에 대한 교체 압력은 주로 악취 민원에서 나온다.

서울숲의 은행나무 숲길
은행나무 숲길. 사진=Adobe Stock

서울연구원의 실험에서도 수종별로 쓰임새가 다르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미세먼지 흡착량은 느티나무와 양버즘나무가 높았다. 양버즘나무는 봄철 알레르기 때문에 교체되는 추세이며, 그 대안으로 느티나무가 거론된다. 2015년 국내 연구도 녹지의 잎 양이 많을수록 기온 저감 효과가 커진다는 점과 다층식재가 유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전남 광양시는 산림청이 권장하는 난온대 상록활엽수 중 지역 기후에 맞는 먼나무를 주 수종으로 골랐다. 광양시가 속한 전라남도는 올해 4월 산불 등 재해에 강한 수종의 종자 확보와 묘목 생산 계획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를 종합하면, 문제는 세 가지로 모아진다.

하나, 기능을 나눠보지 않는다. "기후에 강한 나무"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냉각인지, 치수인지, 탄소흡수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둘, 통념과 실측 사이에 틈이 있다. 오래 심어온 수종이라도 검증 없이는 확신할 수 없다. 셋, 안전 관리와 기후 대응이 따로 움직인다. 서울의 양버즘나무가 그렇듯, 안전 기준과 기후 기준이 서로 다른 결론으로 남아있는 한 이 틈은 메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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