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아우돌프가 설계한 '아우돌프 가든'이 17일 뉴욕 롱아일랜드 플랜팅 필즈에서 개장한다. 90년 된 역사 정원 위에 북미 자생 그라스로 짠 초원 정원.
자연주의 식재의 거장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가 설계한 공공정원이 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 오이스터베이의 '플랜팅 필즈(Planting Fields)'에서 베일을 벗는다. 플랜팅 필즈 재단은 약 4,000㎡ 부지에 100여 종, 2만 5천여 본의 초화류와 그라스를 심어 '아우돌프 가든'을 조성했다. 재단은 아우돌프가 뉴욕에 선보이는 10여 년 만의 공공정원이자 롱아일랜드 내 첫 작품이라고 밝혔다.

아우돌프를 세계적 디자이너 반열에 올린 것은 뉴욕의 공공정원들이었다. 그는 2002년 맨해튼 남단 배터리 공원의 식재 기본계획을 맡아 이듬해 9·11 생존자에게 헌정한 '기억의 정원'을, 2005년에는 숲 정원 '보스크'를 연달아 구축했다. 2009년부터 단계별로 개장한 '하이라인'에서는 조경가 제임스 코너가 총괄한 고가 철로 프레임 위에 식재 디자이너로 참여하여, 2.3km의 버려진 공간을 다년생 초화류 중심의 역동적 자연주의 식재로 채워 넣었다.
이후 그의 여정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서머싯 하우저앤워스, 디트로이트 벨아일, 한국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이어졌다. 이번 작업으로 그는 다시 뉴욕에 돌아온다. 올해 여든하나를 맞은 아우돌프는 이 공간을 "롱아일랜드에서 맡은 첫 공공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플랜팅 필즈는 20세기 초 보험·철도 대부 W.R. 코 부부의 저택이었다. 코는 1918년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의 아들과 의붓아들이 이끌던 조경 회사 '옴스테드 형제'에 정원 설계를 맡겼다. 이들이 1930년대까지 구축한 골격은 지금까지 거의 변경 없이 유지되어 왔으며, 현재는 재단과 뉴욕주 공원국이 공동 관리하는 주립 역사공원이다.
재단은 이 오랜 역사적 레이어를 허물지 않고 활용했다. 부지의 상징인 장미 아치를 중심으로 둘러싼 네 구획에 새 정원을 안착시켰다. 지난해 가을 부지 정비를 시작으로 올봄 화단과 동선, 나지막한 마운딩(mounding)을 만든 뒤 6월부터 식재에 들어갔다. 7월 하순 이미 목표량의 90% 가까이 심었고, 나머지는 여름 동안 마저 심는 일정이었다. 재단은 이번 조성을 1930년대 옴스테드 형제의 작업 이후 이곳에 일어난 가장 중대한 경관적 변화로 꼽는다.

식재 기법은 들판의 생태적 구조를 모방했다. 질감이 고른 그라스를 융단처럼 깔아 바탕(Matrix)을 형성하고, 그 사이에 여러 다년생 초화류를 섞어 심는 '매트릭스 식재' 방식이다.
바탕 구조를 이루는 핵심 식물은 북미 대초원 자생종인 키 작은 그라스 '프레리 드롭시드(Sporobolus heterolepis)'다. 이 레이어 위로 정교하게 배치된 주요 자생 식물은 다음과 같다.
바탕이 잔잔한 흐름을 만든다면, 구획 곳곳에는 동일종을 군집으로 심어 시각적 리듬감과 포인트를 주었다. 아킬레아 '문샤인'(Achillea 'Moonshine'), 칼라민타(Calamintha nepeta subsp. nepeta), 알리움 '서머 뷰티'(Allium lusitanicum 'Summer Beauty')가 대표적이다. 북미 자생종으로 대자연의 바탕을 잡고 유럽 원산 정원 식물로 시각적 요소를 살렸다. 서쪽 끝 화단에는 현지 묘목장에서 엄선하고 아우돌프가 승인한 목본류 15종을 함께 배치해 층위(Layer)를 완성했다.

아우돌프는 다년생 식물의 생태적 구조와 경관적 미학을 극대화하는 자연주의 식재 기법의 거장이다. 꽃색에 의존하기보다 식물이 가진 고유의 골격, 질감, 계절의 흐름에 따른 변화에 집중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계절성과 생장의 기운, 버티는 힘, 보는 즐거움을 꽃 피기 전과 필 때, 진 뒤까지 복잡하게 겹쳐 쌓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정원이 문을 여는 10월 중순이면 롱아일랜드의 여름 꽃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씨앗이 맺힌 시드헤드(seedhead)와 마른 줄기, 고즈넉한 음영만 남는다. 하이라인이 그러했듯, 아우돌프는 이 시들어가는 계절의 골격마저 최초 설계 단계부터 정밀하게 계산해 넣었다.
지나 우터스 재단 대표는 "수천 본의 식물이 뿌리를 내리면서 이곳이 예술 작품이자 살아 있는 생태계라는 것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를 비롯한 기업과 재단, 네덜란드 문화기관의 후원과 뉴욕주 정부 예산이 투입되었으며, 시민들도 식물과 수목, 벤치를 하나씩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