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나무 그늘,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적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세계 8,919개 도시 분석. 나무는 열섬 현상을 절반 가까이 누그러뜨리지만, 그늘은 가장 필요한 고밀도 도심에 가장 적었다.

by 
매거진그린 편집부
SHARE

가장 더운 동네에 나무 그늘이 가장 적었다. 도시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모여 사는 고밀도 도심에는 교외의 절반밖에 나무가 없었다. 나무가 기온을 낮추는 효과도 이곳에서 가장 작았다.

올해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세계 도시 분석 결과다. 도시의 폭염 대책이 ‘나무를 얼마나 심느냐’에서 ‘어디에 심느냐’로 옮겨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구의 원제는 ‘Trees halve urban heat island effect globally but unequal benefits only modestly mitigate climate-change warming’이다. 나무가 세계 도시의 열섬 현상을 절반으로 줄이지만, 그 혜택이 고르지 않고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네이처 컨저번시(TNC)의 롭 맥도널드를 비롯한 연구진 여섯 명이 세계 대도시권 8,919곳, 36억 명이 사는 도시를 같은 방법으로 분석했다.

먼저 나무가 하는 일부터 보자. 지금 도시에 있는 나무는 열섬 현상을 절반 가까이 누그러뜨린다. 나무가 모두 사라지면 도심이 외곽보다 더 뜨거워지는 열섬 현상은 지금의 두 배로 심해진다. 도시의 나무는 이미 큰일을 하고 있다. 다만 그 혜택이 필요한 곳으로 가지 않는다.

연구진이 인구밀도에 따라 도시를 나눠 보니, 교외와 도시 외곽에는 도심보다 나무가 두 배 많았다. 인구밀도가 1㎢당 5천 명이 넘는 지역은 도시권 면적의 6%에 불과하지만, 도시 인구의 54%가 이곳에 산다. 보통 도시 사람이 사는 동네는 나무 그늘이 덮은 면적이 18%이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인 불투수 면적이 39%다. 뉴욕도 다르지 않았다. 나무가 기온을 낮추는 효과는 숲이 많은 교외에서 가장 컸고, 뉴욕 시내로 들어갈수록 작아졌다.

나라 사이의 격차도 같은 모양이다. 나무가 기온을 낮추는 폭은 고소득 국가에서 0.23도, 중소득 국가에서 0.15도, 저소득 국가에서 0.08도였다. 저소득 국가일수록 에어컨을 쓰기 어렵고 폭염에 더 취약하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도시숲을 형편이 넉넉한 사회일수록 더 잘 갖추는 편의시설로 보는 시각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더위를 피할 수단이 가장 적은 사람들이 그늘도 가장 적게 누리고 있었다.

한낮 그늘 없는 버스정류장에서 햇볕을 가리며 기다리는 사람, 길 건너편 느티나무 가로수 그늘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늘이 갈린다. 그늘이 가장 필요한 자리는 대개 그늘이 가장 부족한 자리다. (AI 생성 이미지)

역설은 그다음에 있다. 그늘이 가장 부족한 곳이 나무가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곳이었다. 습윤한 기후에서는 불투수 면적이 넓은 동네일수록 나무를 늘렸을 때 기온이 더 많이 내려갔다. 잔디밭에 나무를 심으면 풀이 있던 자리를 나무가 차지할 뿐이지만,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나무를 심으면 햇볕에 달궈지던 바닥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자리일수록 나무를 심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구진도 도심에서는 나무가 다른 쓰임새와 땅을 두고 다퉈야 하고 땅값도 비싸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그래서 옥상녹화처럼 공간을 함께 쓰는 방법으로 밀도와 녹지를 함께 챙기자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기후와 도시 여건이 허락하는 한 나무를 최대한 심는 경우도 계산했다. 나무 그늘이 덮는 면적이 지금의 18%에서 33%까지 늘면, 나무가 기온을 낮추는 폭도 평균 0.15도에서 0.3도로 두 배가 된다. 연구진이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크다고 꼽은 곳은 저소득 국가의 인구 밀집 지역과 건조 지역이다. 우리나라는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이 빽빽하게 살면서 나무가 적은 곳을 먼저 채워야 같은 나무로 더 많은 사람을 식힐 수 있다.

심을 자리를 가려야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나무로 막을 수 있는 더위에는 한계가 있다. 2050년 무렵까지 오를 도시의 여름 기온 가운데 나무가 상쇄할 수 있는 몫은 지금 있는 나무로 10%, 최대한 심어도 20%쯤이다. 연구진은 화석연료 사용을 크게 줄이는 일이 결정적이며, 나무는 폭염 대책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효과에 한계가 있는 자원일수록 가장 필요한 곳에 먼저 써야 한다.

우리나라 도시는 그 필요를 이미 겪고 있다.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4도로 기상 관측 이래 세 번째로 높았고, 경남 양산은 낮 최고기온이 42.5도까지 올라 우리나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렇다면 우리의 나무는 어디에 심기고 있을까. 산림청은 올해를 범국민 나무심기 원년으로 정하고 1만 8천㏊에 3,600만 그루를 심겠다고 밝혔다. 숲을 가꾸고 산불 피해지를 되살리는 일로서는 의미가 크지만, 대부분은 산림 조림 사업이다. 도시 사람들이 폭염을 견디는 곳은 산이 아니라 도심의 골목과 정류장, 그늘 하나 없는 횡단보도 앞이다. 탄소를 흡수하는 숲과 사람을 식히는 그늘은 같은 나무로 만들지만 서로 다른 일이다.

서울시는 다른 방향에서 단서를 보여준다. 서울시가 2024년부터 2년 동안 조성한 정원 1,010곳의 면적은 68만㎡다. 그 절반인 34만㎡는 포장을 걷어내거나 버려진 땅을 되살려 새로 녹지가 된 곳이다.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초록을 채우는 일은 연구가 짚은 가장 효과 좋은 방식이다. 다만 무엇을 심었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이 사업에서 심은 식물은 교목과 관목이 113만여 그루, 꽃과 풀이 408만여 포기다. 꽃밭은 거리를 아름답게 꾸미지만 한낮의 열기를 가려 주지는 못한다. 포장을 걷어낸 귀한 자리에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같은 정원이 볕을 받는 화단이 되기도 하고, 사람이 쉬어 가는 그늘이 되기도 한다.

그늘을 사람 곁으로 옮기려면 성과를 재는 잣대부터 바뀌어야 한다. 경남 고성군처럼 ‘3-30-300 규칙’에 맞춰 녹지 정책을 펴겠다는 지자체도 나타났다. 집에서 나무 세 그루가 보이고, 동네의 30%가 나무 그늘로 덮이고, 300m 안에 공원이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다. 공식 기준은 아니지만 세계 여러 도시가 쓰는 경험 법칙이다. 이 규칙은 나무를 몇 그루 심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얼마나 가까이에서 그늘을 누리느냐를 묻는다.

가장 필요한 곳에 심은 나무는 그늘을 드리울 때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나무가 다 자랄 시간이 남아 있을 때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여름 부산시는 폭염이 이어지자 최근 3년 안에 심은 나무 43만여 그루부터 챙겨 물을 줬다. 새로 심은 나무가 폭염에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가장 필요한 자리는 대개 나무가 살아남기 가장 어려운 자리다. 그 자리에 심었다면 그만큼 오래 돌봐야 한다.

나무를 심는 일은 숫자로 보고하기 쉽다. 그늘은 그렇지 않다. 그늘은 어느 동네에, 누구의 머리 위에, 몇 년 뒤에 드리우느냐로만 잴 수 있다. 지금 그늘은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적다. 도시가 더 뜨거워질수록 이 간격은 더 벌어질 것이다. 그 간격을 좁히는 도시와 내버려 두는 도시는 머지않아 서로 다른 여름을 맞게 될 것이다.

참고: McDonald, R.I., Chakraborty, T., Endreny, T.A., Parsons, L.A., Marsagishvili, M., Esperon-Rodriguez, M. (2026). Trees halve urban heat island effect globally but unequal benefits only modestly mitigate climate-change warming. Nature Communications 17, 3569. doi:10.1038/s41467-026-71825-x

이 기사에 나온 식물

정원과 조경, 그 사이에서 발견하는 초록을 발견합니다.
정원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글쓴이

정원에서 보내는 편지, 가장 먼저 받아보세요

매거진 그린이 엄선한 정원 이야기와 식물 리뷰를 매주 이메일로 전해드려요.

신청되었습니다. 매주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신청에 실패했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뉴스레터 신청 안내 이미지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 X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