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꼭 다 치워야 할까? 메릴랜드대 연구로 본 낙엽의 역할과 화단·잔디·데크·배수구별 관리법, 바람·소각·병든 잎 대처까지.
주말 내내 낙엽을 쓸었는데 월요일 아침이면 마당이 또 덮여 있습니다. 봉투 몇 개를 채우고 허리를 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말 다 치워야 하는 걸까? 최근 연구 결과들은 낙엽을 모두 쓸어 내는 습관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합니다. 낙엽을 둘 곳과 치울 곳을 나누면, 일을 줄이면서 정원도 돌볼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나누는지 알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흙 위에 떨어진 낙엽은 세 가지 일을 합니다.
낙엽이 떨어지면 지렁이가 잎을 땅속으로 끌어들여 먹습니다. 톡토기와 노래기 같은 작은 벌레는 잎을 갉아 잘게 만듭니다. 그다음 곰팡이와 세균 같은 미생물이 잎을 분해합니다. 이렇게 썩은 잎은 검고 부슬부슬한 흙이 됩니다. 이런 흙은 물을 잘 머금고 양분도 많습니다. 낙엽을 해마다 걷어내면 흙에 양분이 덜 쌓입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의 맥스 퍼라우토 연구팀이 이를 숫자로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낙엽을 오랫동안 쓸어 온 땅과 그대로 둔 땅의 흙을 비교했습니다. 해마다 낙엽을 쓸어 온 땅은 흙 속 탄소가 최대 24% 적었습니다. 탄소는 흙을 기름지게 하고 물을 머금게 합니다. 메릴랜드대학교 보도자료는 탄소가 빠진 흙에서 푸른 잔디를 유지하려면 비료와 물이 더 든다고 설명합니다.
한두 해 쓸었을 때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래 쓸어 온 땅은 2년 동안 낙엽을 그대로 두어도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흙은 한번 나빠지면 되돌리는 데 오래 걸린다는 뜻입니다. (「Legacy effects of long-term autumn leaf litter removal slow decomposition rates and reduce soil carbon in suburban yards」, 『Plants, People, Planet』, 2024)
낙엽이 겹겹이 쌓이면 잎 사이에 공기층이 생깁니다. 이 공기층이 찬 기운을 막고, 흙이 마르지 않게 해 줍니다. 퍼라우토의 연구에서도 낙엽을 걷어낸 땅은 흙이 더 말랐고, 흙 온도도 더 크게 오르내렸습니다.
낙엽은 햇빛도 가립니다. 그래서 화단에서는 잡초가 덜 납니다. 하지만 잔디 위에 두껍게 쌓이면 잔디가 빛을 받지 못합니다.
낙엽 밑에서는 나방과 나비가 알이나 애벌레, 번데기로 겨울을 납니다. 거미와 딱정벌레도 이곳에서 겨울을 납니다. 거미는 해충을 잡아먹습니다. 딱정벌레 가운데에도 해충을 잡아먹는 종이 많습니다.
같은 연구팀은 다른 연구에서 이 생물들을 직접 셌습니다. 농약을 쓰지 않는 주택 정원 20곳에서 2년 동안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낙엽을 치운 자리에서는 봄에 땅 위로 올라오는 곤충과 거미가 17% 줄었습니다. 나방과 나비는 45%, 딱정벌레는 24%, 거미는 최대 67% 줄었습니다. (「Removing autumn leaves in residential yards reduces the spring emergence of overwintering insects」,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2025)
낙엽을 잘게 부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퍼라우토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낙엽을 부수는 것도 치우는 것처럼 정원 생태를 해친다고 정리했습니다. 대학 안내 자료에서는 분쇄가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만큼 해롭다고 설명합니다. 잎에 붙어 겨울을 나던 알과 애벌레가 함께 부서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낙엽을 한곳에 모아 두는 방법은 생물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세 가지 일은 모두 낙엽이 흙 위에 있을 때 일어납니다. 돌바닥 위의 낙엽은 흙이 될 수 없습니다. 잔디 위의 낙엽은 두껍게 쌓이면 잔디를 가려 해가 됩니다. 그래서 치울 곳과 둘 곳이 갈립니다.
앞에서 말한 세 가지 일이 모두 일어나는 곳입니다. 다른 곳에서 치운 낙엽도 여기로 옮깁니다. 두께는 5~10cm(손가락 길이쯤)면 충분합니다. 나무 밑동 둘레는 한 뼘 안팎으로 비워 둡니다. 젖은 낙엽이 줄기에 닿아 있으면 껍질이 늘 축축해져 상할 수 있습니다.

잔디는 잎으로 햇빛을 받아야 삽니다. 낙엽이 두껍게 덮이면 잔디는 빛을 받지 못합니다. 그 밑에 습기까지 차면 누렇게 상합니다. 몇 장 흩어진 정도는 괜찮습니다. 미국 대학 원예 지도 자료는 낙엽이 잔디 면적의 20%를 넘게 덮으면 걷어내라고 권합니다.
우리 마당에는 한국잔디(들잔디·중지)를 많이 씁니다. 한국잔디는 겨울에 누렇게 쉬어서, 낙엽이 덮여도 티가 잘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봄에 새순이 올라올 때 낙엽이 덮여 있으면, 그 자리가 늦게 푸르러지거나 빌 수 있습니다. 늦어도 새순이 나기 전에는 걷어내세요. 겨울에도 푸른빛이 남는 서양잔디라면 더 서둘러야 합니다. 걷어낸 낙엽은 화단으로 옮깁니다.
낙엽이 자갈 틈에서 썩으면 그 자리에 흙이 생깁니다. 길 위에 흙이 생기면 잡초가 자라기 쉽습니다.
돌이나 나무 위의 낙엽은 흙이 되지 못하고, 물기를 머금은 채 잘 마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끄럽고, 겨울에 얼어붙으면 더 위험합니다. 나무 데크는 젖은 상태가 오래가면 썩기 쉽습니다.

낙엽이 물길을 막으면 눈이 녹을 때나 봄비가 올 때 물이 넘칩니다.

낙엽이 물속에서 썩으면 물속 산소가 줄어듭니다. 물이 탁해지고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마른 낙엽은 가볍고 서로 떨어져 있어서 바람에 쉽게 날립니다. 우리나라 겨울은 건조하고 북서풍이 세서 더 그렇습니다. 원리는 세 가지입니다. 무겁게 하거나, 어딘가에 걸리게 하거나, 바람을 피하면 됩니다.
철망을 둥글게 말아 말뚝 몇 개로 세우면 낙엽 통이 됩니다. 정원 구석에 두고 낙엽을 채워 두세요. 낙엽이 날리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서 썩어 부엽토가 됩니다. 다 썩기까지는 해를 넘기기도 합니다. 반쯤 썩은 낙엽도 봄 화단 멀칭으로 쓸 수 있습니다.

남는 낙엽은 보통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놓습니다. 배출 방법은 지자체마다 다릅니다. 낙엽을 따로 모아 농가 퇴비로 보내는 곳도 있으니, 구청이나 군청에 한 번 물어보세요.
태우면 안 됩니다. 흙으로 돌아갈 유기물이 타서 없어지고, 불씨가 산불로 번질 수 있습니다.
마당이나 밭에서 낙엽을 태우는 것은 대부분 지역에서 폐기물관리법 위반입니다. 쓰레기 수거가 어려운 일부 산간·외딴 지역만 지자체 조례에 따라 예외를 둡니다. 산에서 100m 안쪽은 따로 산림재난방지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 법은 2026년 2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산에서 100m 안쪽에서 허가 없이 불을 피우면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를 냅니다. 가을 산불조심기간(보통 11월 1일~12월 15일, 지자체에 따라 연장)에는 단속도 집중됩니다.
여름에 잎에 병이 돌았던 나무의 낙엽이나, 반점이 잎 전체에 번진 잎은 따로 모읍니다. 잎에 붙은 병균이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단에 두지 말고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보냅니다.
낙엽은 집에서 떨어진 화단과 나무 밑에만 둡니다. 건물 벽, 현관, 창문 아래, 데크 밑에는 두지 마세요. 집 둘레 한두 걸음은 깨끗하게 비워 둡니다. 낙엽 통도 집에서 먼 구석에 둡니다.
길과 잔디만 깨끗하게 치워도 정원은 단정해 보입니다. 낙엽은 화단 안쪽과 나무 밑에만 모아 두세요. 경계석 안쪽에 두는 것만으로도 정리된 느낌이 납니다.

낙엽 밑에서 겨울을 난 생물은 봄을 지나 여름까지 차례로 땅 위로 올라옵니다. 그래서 화단 낙엽은 굳이 걷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새싹이 낙엽에 덮여 정리가 필요하면, 꽃샘추위가 지난 뒤 살살 걷어 화단 가장자리로 옮깁니다. 버리지만 않으면 그 안의 생물도 함께 지킬 수 있습니다.
이미지: AI 생성(Higgsfield)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