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국립정원문화원이 5월 8일 전주 덕진공원에서 '2026 코리아가든쇼(전주)' 수상작 다섯 점을 발표했다. 산림청이 주최하고 국립정원문화원,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가 공동 주관한 공모로, 주제는 '기후재난 시대, 회복의 한국정원'이었다.
다섯 정원이 기후에 답한 방식은 세 가지 고민으로 묶인다. 비를 다루는 방식, 식물을 고르는 기준 그리고 재료를 구하는 거리다.
도시는 비를 빨리 내보내는 구조다. 빗물은 포장면을 타고 빗물받이와 관로를 거쳐 하천으로 빠져나간다. 수상작 가운데 세 정원은 그 빗물을 정원 안으로 끌어들였다.
대상(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은 문상민 작가(매치라인 조경디자인 소장)의 「迎雨園(영우원: 비를 맞이하는 정원)」이 받았다. 작가는 물길을 땅속에 감추지 않았다. 지형을 따라 흐르는 물길을 박석 포장과 돌수로로 드러냈다. 빗물이 흐르는 길이 정원의 골격이고, 사람이 걷는 동선이다. 설계는 비 오는 날과 비 오지 않는 날의 풍경을 함께 따졌다. 작가는 기후를 극복하거나 통제하려는 인공 경관 대신, 강우에 순응하는 빗물 배수 체계로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높이려 했다고 밝혔다.

박지선 작가(스타일지음 디자인스튜디오)의 「품의 풍경」은 우수 정원디자이너상(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이사장상)을 받았다. 작가는 한옥의 처마, 기단, 개거(開渠)에서 원리를 가져왔다. 개거는 덮개 없이 열어 둔 물길이다. 정원 가운데에는 처마 구조에서 착안한 벽체가 서 있다. 벽체는 빗물을 모아 흘려보내는 장치다. 작가는 계류와 연지, 습지 식재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었다. 물이 머무는 자리는 습도가 달라지고, 식물이 자라는 조건도 바뀐다. 작가는 물의 흐름과 습도 변화에 반응하는 그라스류, 사초류, 골풀류를 주로 골랐다. 비를 빠르게 치우는 도시의 방식 대신 물을 받아들이는 풍경을 만들려 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강현주 작가(가든스튜디오 바림)의 「바림_현수곡선의 시학」은 전주시가 주목하는 정원디자이너상(전주시장상)을 받았다. 정원은 전통 정원, 현대 자연주의 정원, 생태 정원 세 영역으로 나뉜다. 생태 정원은 석축으로 지반을 낮춰, 전통 정원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머물게 했다. 이렇게 생긴 저지대에는 습지 식생이 자랄 환경을 만들었다. 석재 경계는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그 사이로 물이 드나들게 했다.
가뭄과 폭우의 양극단이 잦아졌다. 정원은 두 극단을 모두 견뎌야 한다.
2026 올해의 정원디자이너상(전북도지사상)을 받은 이호우 작가(주식회사 담)의 「804개의 희망」은 이 조건을 식물 선정의 기준으로 삼았다. 작가는 임진왜란 때 전주사고가 지켜낸 조선왕조실록 804권에서 회복의 원형을 찾았고, 디딤석 804개로 길을 냈다. 작가는 정원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미덕을 '스스로 회복하는 식생 구조'로 봤다. 그래서 가뭄과 폭우 속에서도 살아남는 다년생 숙근초와 그라스류를 정원의 골격으로 삼았다. 한해살이 꽃은 해마다 새로 심어야 한다. 숙근초는 뿌리가 땅속에 남아 이듬해 다시 올라온다.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자생할 수 있는 정원을 지향한 선택이다. 대표 식물은 용버들, 목수국, 유럽분꽃나무, 미스김라일락, 삼색조팝나무, 삼색병꽃나무, 홍괴불나무, 라임휴케라, 털수염풀, 감동사초 등이다.

최고 정원디자이너상(산림청장상)은 우희경 작가(유어가든 대표)의 「수릿날, 연잎에 스미다」가 받았다. 작가는 인위적 개입을 줄이고 조성지 기후에 알맞은 식생대를 구현하려 했다. 식생대는 숲 가장자리, 물가, 습윤 초지 셋이다. 숲 가장자리에는 철쭉, 단풍나무, 야광나무를 심고, 하부 그늘에는 산수국, 산마늘, 우산나물, 은방울꽃, 고사리류를 심었다. 물가에는 버드나무류, 붓꽃류, 석창포류, 연잎양귀비를 두었다. 습윤 초지에는 정향풀류, 펜스테몬, 꿩의다리 등을 심었다. 작가는 최소한의 개입으로도 식물이 적응해 자라도록 식물 선정에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있던 나무를 살린 정원도 있다. 영우원은 대상지의 큰 팽나무와 단풍나무를 그대로 두었다. 대표 식물인 호스타와 휴케라는 이 나무들이 만든 반그늘에서 잘 자라는 종이다.
돌을 멀리서 실어 오면 그 거리만큼 운송에서 탄소가 나온다. 「수릿날, 연잎에 스미다」의 연잎 오브제와 너럭바위는 반경 30㎞ 안에서 나는 익산 황등 화강석을 가공해 만들었다. 작가는 지역 석재를 써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지역 석공 기술도 정원에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연잎 오브제는 덕진공원의 상징인 연잎을 본떴고, 동선과 쉼터 역할을 겸한다.

문상민 작가는 당선 뒤 20여 일 동안 영우원을 조성했다. 작가는 조성을 마친 뒤 덕진공원을 찾은 어르신들이 정원에 앉아 쉬어 가는 모습을 봤다고 작품집에 적었다.